― 불안을 기록한다는 것, 미래를 마주한다는 것 ―
우리 마음의 가장 깊은 구석에 있는 것
우리는 대체로 미래를 두려워합니다.
그 두려움은 막연하지만, 가끔은 너무나 선명한 형태로 다가옵니다.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지평선 너머로 거대한 벽 같은 파도가 덮쳐오고,
모든 것이 순식간에 휩쓸려 사라지는 장면.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은 바로 그 두려움을 눈앞에 꺼내놓는 책입니다.
1999년, ‘만화가가 꾼 이상한 꿈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이 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현실과 악몽의 경계가 무너졌습니다.
표지 한구석에 적힌 “진짜 대재앙은 2025년 7월에 온다”
사람들은 잊고 있던 한 권의 책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완전판』이 말하는 ‘불안의 실체’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은 초판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그리고 저자조차도 오랫동안 침묵했던
‘불안의 실체’를 조금 더 깊게 파헤칩니다.
저자 타츠키 료는 말합니다.
“나는 미래를 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본 것은 인간의 불안, 그리고 무의식 속에 켜켜이 쌓여 있던 그림자였을지도 모른다.”
예언은 언제나 신기루 같습니다.
그러나 이 신기루는 우리 마음속 무의식에서 길어 올린
가장 진실한 공포이자 경고이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예언을 믿고 싶어 하는가
철학자 칼 융은 ‘집단 무의식’을 이야기했습니다.
개인은 알지 못하지만, 인류는 이미 어떤 미래를 예감하고 있다는 사상.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은 한 사람의 예지몽이 아니라,
모두가 품고 있던 재난의 기운이 우연히 저자의 꿈에 모습을 드러낸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미래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두려움을 통제하고 싶어서 예언을 좇는 건 아닐까요.
무엇인가 기록하고 나누는 순간,
막연했던 공포가 실체를 얻고, 실체를 얻으면 우리는 조금 덜 두려워집니다.
‘실패한 예언’을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
『완전판』이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맞은 예언’뿐 아니라 ‘틀린 예언’을 그대로 실어둔 점입니다.
몇몇 꿈은 현실과 어긋났습니다.
저자는 그 어긋남조차 숨기지 않고 적어둡니다.
왜 틀렸을까?
그 물음은 예언이 목적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예언을 통해 미래를 바꾸려는 것이 아닙니다.
기록된 불안이 사람들 마음속에 씨앗처럼 심어져,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준비라는 형태로 열매 맺기를 바라는 작은 희망입니다.
7월 일본 대지진설과 완전판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
최근 SNS와 커뮤니티에는 또다시 불안한 소문이 떠돕니다.
‘2025년 7월, 일본에 또 한 번 큰 지진이 온다.’
근거는 희박하지만, 사람들은 다시 ‘내가 본 미래’를 찾습니다.
왜일까요?
실제로 맞을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이 불안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 때문일 겁니다.
『완전판』은 다시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나는 불안을 본다.
당신은 그 불안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사유 — 기록은 가장 인간적인 대응이다
불안을 기록한다는 것은 두려움을 현실로 만드는 일입니다.
동시에 그것은 두려움을 조각내어 조금씩 감당할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예언을 믿어라’가 아니라,
‘불안을 덮어두지 말라’입니다.
우리는 재난 앞에서 늘 무력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꿈 기록이 누군가의 대피 계획이 되고,
누군가의 안전 점검이 되고,
누군가의 경계심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예언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을 덮으며
책을 덮고 나면 묘하게 후련하면서도 껄끄럽습니다.
그건 우리가 늘 뒷주머니에 감춰 두었던 불안을
낱낱이 펼쳐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예언은 결국 우리가 만든 거울이라는 것을.
그 거울은 무섭지만,
한 번이라도 마주 본 사람은 그 무서움 덕분에 조금 더 단단해집니다.
사색으로 남기는 한 줄
“미래를 본다는 것은 사실상 두려움을 기록하는 일이다.
기록된 두려움은 예언이 되고, 예언은 결국 준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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