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우리는 누구인가?”
『특이점이 온다』를 처음 펼쳤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
의식을 데이터로 업로드해 영생을 얻는다?
그저 공상과학 영화 같은 이야기 아닐까 싶었죠.
그런데 책장을 덮을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그 특이점의 길 위에 서 있지 않은가?”
인간과 기계 사이, 사라지는 경계
이 책에서 레이 커즈와일은 말합니다.
기술은 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기하급수적으로, 그리고 상상을 뛰어넘어 진화한다.
지금 우리가 손에 쥔 스마트폰만 봐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기억을 대신 저장하고,
우리의 행동 패턴을 예측하며,
우리가 말하기 전에 이미 생각을 추천하죠.
AI는 어느새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습니다.
나의 습관, 나의 기호, 나의 약점을 데이터로 쌓아두고 있지요.
언젠가 인간의 뇌 신경망이 기계 회로와 맞닿게 된다면,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에 머무를까요?
‘나는 어디까지 인간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더 이상 철학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닙니다.
멈출 수 없는 기술의 시계
커즈와일은 이 흐름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 부릅니다.
특이점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변화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조금씩 경험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검색할 때마다,
AI가 내 취향을 파고들어 추천해줄 때마다,
기술은 나의 일부가 됩니다.
우리는 기술 덕분에 더 많은 걸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그 시계는 멈출 수 없이 빠르게 돌고 있습니다.
인간의 손에 쥐어진 무한의 시계는,
결국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요?
데이터가 된 나, 그것도 나일까
『특이점이 온다』의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인간의 의식까지 디지털로 복제할 수 있다는 상상입니다.
커즈와일은 말합니다.
미래에는 인간의 두뇌를 스캔하고,
기억과 감정과 의식을 데이터로 보관할 수 있다고요.
그 순간, 우리는 죽음을 넘어선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죽음을 잃는 대신, 인간다움은 어디로 사라질까요?
나는 살아있지만, 동시에 데이터로 존재한다는 것.
과연 그게 진짜 ‘나’일까요?
기억과 정보는 복제할 수 있어도, 마음과 영혼은 어떻게 할까요?
기술의 낙관, 그리고 그늘
커즈와일은 기술을 낙관적으로 바라봅니다.
기술이 질병을 치유하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며,
결국은 모두의 불멸을 꿈꾼다고요.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기술은 늘 누군가에게 소유됩니다.
누군가는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누군가는 더 긴 생명을 사고팔 겁니다.
기술의 특이점이 신의 영역이라면,
그 신은 누구의 손에 쥐어질까요?
덮고 난 뒤에야 시작되는 질문
『특이점이 온다』를 다 읽고 나면,
미래에 대한 해답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질문이 남습니다.
기술이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줄까요?
아니면 인간다움이란 이름으로 간직했던 무언가를 앗아갈까요?
우리는 어디까지 인간일 수 있을까요?
특이점이 온다 해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결국 인간다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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