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막이 오르자, 예인이 등장했다
어둠 속 무대, 조용히 울리는 북소리.
숨죽이던 공연장에
단단한 호흡으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순간부터 이미
무대 위엔 ‘연주자’가 아닌 ‘예인’들이 있었다.
9명.
9개의 악기와 목소리.
9가지 기운이 한 판을 연다.
- 홍옥 – 무게감 있는 장단으로 중심을 잡는 센터.
- 유월 – 절제와 울림이 공존하는 감정의 조율자.
- 연홍 – 오른팔에 기브스를 감싸고도 혼신을 다한 무대의 투혼.
- 김최종병기활 (아쟁) – 예리한 활시위로 만든 깊고 장엄한 울림의 저음.
- 원먼동마루 (가야금) – 잔물결처럼 흐르며 이야기를 잇는 손끝.
- 김약대 (대금) – 날숨과 들숨의 사이, 공간을 물들이는 숨소리. 광칠릐 리더.
- 전궁달 (타악) – 굿판의 맥을 쥔 북소리의 구심점.
- 선우바라바라바라밤 (타악) – 관객의 리듬을 틔우는 판 위의 연금술사.
- 이만월 (피리·생황) – 낯익은 전통을 기이하게 휘감는 소리의 도발자.
그들은 각자 다른 길을 걷듯 보였지만,
장단 하나에 모두 모였다.
그 합은 절묘했고,
그 합 속에서 굿판이 열렸다.
🌕 ‘문’을 열며 – MOON굿
북소리가 심장을 건드린다.
음악이 아니라 ‘의식’이다.
관객은 무대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초대받은 존재,
굿의 일부가 된다.
🌀 위로와 웃음의 주문 – 리크나 우그나드카, 복대감
“이만하면 됐고, 잘 살았다.”
토닥이는 주문이 이어지고,
김장독 귀신이 등장해
삶의 허기를 웃음으로 풀어낸다.
웃다 보니,
어깨가 풀리고, 손뼉이 튄다.
장단에 몸이 반응한다.
시작이다. 신명의 도입.
👣 함께 걷는 길 – 영정거리
무대와 객석 사이,
길이 놓인다.
장단에 발을 얹고,
서로 다른 사연들이
하나의 걸음으로 엮인다.
🦁 사자가 뛰어든다 – 북청 (기악)
북청사자놀음의 장단이 터진다.
무대는 한순간 광장이 되고,
객석은 울타리를 넘는다.
탈을 쓴 리듬이
우리 안의 묵은 감정까지 끌어내어 춤추게 한다.
😄 웃음 뒤의 울림 – 하히
탈출구 없는 갑갑한 삶도
때론 자조섞인 웃음으로 헤쳐나가야 할 때도 있다.
하하, 히히.
그 익숙한 웃음 속에
참았던 눈물이 있다.
잠시 머물러, 다시 가는 길.
♾ 끝없는 울림 – 무진(무궁무진의 준말)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다.
살아있음과 사라짐,
희망과 두려움,
그 사이를 넘나드는 소리.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무진’이라는 아름다운 삶의 자유를 갈망한다.
🎶 외로움이 머문 노래 – 맞이를 가요
서로 다른 얼굴,
서로 다른 삶.
하지만 어느새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불빛 아래, 마음이 머무는 자리.고독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 잘 가라, 지난날 – 와대버
보내주는 노래다.
고단했던 날들을.
애쓰는 삶을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의 등을 다독인다.
🕺 모두가 일어선다 – 어차
뱃노래를 모티브로
오히려 ‘모두가 일어서는’ 진짜 시작.
만선의 기쁨과 행복과 흥이 차오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어깨를 흔들며 일어났다.
신명이 완성된 순간.
💥 커튼콜 – 외친다, “매우 춰라!”
공연이 끝났고,
다시 무대 위에 선 악단광칠이 외친다.
“스트레스를 탈탈탈!
여기서 다 털어버리세요!”
손이 들썩이고, 어깨가 흔들리고,
마음이 함께 춤춘다.
이건 단순한 커튼콜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굿의 피날레였다.
🪕 전통은, 지금 여기서 살아 있다
이날 공연은 말한다.
전통은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함께 춤추는 사람들의 숨결 속에 있다.
악단광칠은 그 숨결에 불을 붙였고,
관객은 신명으로 타올랐다.
악단광칠은
공연을 굿으로 만들어버렸다.
🔖 한줄 요약
“전통을 다시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살아내는 판.”
이것이 바로 악단광칠의《매우 춰라!》다.
📍 2025. 5. 28. (수) 19:30
📍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
🎟️ 문화가 있는 날 특별기획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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