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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힘. 스티븐리츠.여문각

– 아이의 성장이 아닌, 부모의 성장을 이야기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란, 때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식물의 힘』은 언뜻 보면 식물을 통해 아이를 바꾼 한 교사의 이야기 같지만, 한 꺼풀 더 들여다보면 그것은 한 인간이 자기 안의 낡은 신념과 싸우며 자라나는 여정이자, 우리 모두가 걸어가는 부모로서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나는 아이를 키운다고 믿었지만, 실은 나를 키우고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문장이 마음속에서 되뇝니다.
스티븐 리츠는 처음엔 아이들을 '바꿔야 할 대상'으로 여깁니다. 말 안 듣고, 싸움이 끊이지 않고, 무기력해 보이던 아이들. 하지만 그들에게 수선화 한 송이를 심게 하자, 상황은 바뀝니다.
아이들이 아니라, 먼저 바뀐 건 리츠 자신이었습니다.

부모로서 우리는 종종 아이를 '고쳐야 할 대상'처럼 바라보지 않나요?
말이 느린 아이, 숫자에 약한 아이, 친구를 잘 못 사귀는 아이.
그럴수록 점점 조급해지고, 나도 모르게 통제하려 들고,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한 건 아닐까 자책합니다.

하지만 『식물의 힘』은 말합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것은 부모가 먼저 자기 안의 굳은 시선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당신 안의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까?"

이 책은 아이 이야기 같지만, 실은 부모인 '나'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식물을 키우며 아이가 성장하듯, 리츠 역시 아이들 덕분에 자기를 돌아보고, 멈춰 서서 자신의 상처와 실패를 직면합니다.

부모로 살아간다는 건, 아이 앞에 완벽한 존재로 서기보다
불완전한 나의 모습까지 감싸 안을 줄 아는 어른이 되는 일 아닐까요?

식물을 보세요.
잎이 누렇고, 줄기가 휘고, 한동안 자라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식물이 실패한 건 아니잖아요.
그건 지금, 더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멈춘 듯 보여도, 내면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아이를 돌본다는 건, 사실 내 안의 '돌봄'을 배우는 과정이다"

리츠가 보여주는 돌봄은 단순한 관리가 아닙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물을 주고, 조명 각도를 조절하고, 흙을 고릅니다.
그런 반복적인 돌봄의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돌봐질 만한 존재’임을 느끼고,
그것이 자기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부모인 나도 묻습니다.
“나는 나를 그렇게 돌보고 있었나?”
“나는 내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믿고 있었나?”

아이에게 쏟는 애정의 일부라도 자기 자신에게 건넬 수 있다면,
우리는 아이에게도 더 따뜻하고 안정된 사랑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식물의 힘』은 그런 **돌봄의 ‘순환’과 ‘회복’**을 말하는 책입니다.

 


식물처럼, 성장에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변화만을 ‘성장’이라고 부릅니다.
키가 크는 것, 성적이 오르는 것,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것…
하지만 식물은, 가장 중요한 성장 — 뿌리를 내리는 시간에는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아이도, 부모인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하루 아이가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특별히 잘한 부모 같지 않더라도,
그 하루는 성장을 위한 뿌리 내림의 시간일 수 있습니다.

『식물의 힘』은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믿으라고 말해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아이를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을 향한 믿음이기도 하죠.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부모로서 묻는다

  • 나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는가?
  • 아이를 향한 불안은, 어쩌면 나 자신을 향한 불신이 아니었는가?
  • 내가 심은 씨앗을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인가?

『식물의 힘』은 명쾌한 해답 대신,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사려 깊은 부모가 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더 너그러워지고 싶어집니다.

 


마무리하며

이 책은 자녀를 키우는 일이 곧 나를 키우는 일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한 편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하는 부모보다,
아이와 함께 어떻게 자랄까를 고민하는 부모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 『식물의 힘』은 아이의 성장만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에도 작은 싹 하나를 틔우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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