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바로크싱어즈 제26회 정기연주회 - 바흐 B단조 미사 :: 포포포님의 블로그
728x90

“소리는 담을 넘고, 믿음은 손을 잡는다.”

반응형

🎼 깊은 울림, 때로는 무거운 숨

서울바로크싱어즈 제26회 정기연주회
바흐 B단조 미사 | 2025년 6월 7일(토) 17:0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들어가며

“음악으로 기도하다.”
서울바로크싱어즈의 제26회 정기연주회는
그 어떤 말보다 이 표현이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장엄함과 깊이 속에서 순간순간 숨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웅장한 감동과 적당한 긴장감, 약간의 지루함까지 모두가 공존했던 시간.

그래서 더 인상 깊었다.


1부 - Missa

(Kyrie / Gloria)

**첫 장 ‘Kyrie’**가 울려 퍼질 때,
홀 안은 이미 경건함과 장중한 울림으로 가득 찼다.
‘Kyrie eleison(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세 번 반복되는 청원의 노래는
그 자체로 음악적 기도였다.

이어진 Gloria는 더욱 밝고 경쾌한 흐름 속에서
음악적 대비가 선명하게 살아났다.

  • Laudamus te(우리는 주를 찬양하며)에서는 소프라노의 맑고 투명한 독창,
  • Domine Deus(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에서는 소프라노와 테너의 조화로운 듀엣이
    섬세한 감정을 잘 전달했다.

하지만 합창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중반부부터는
웅장함이 조금 과해져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집중력 저하와 피로감도 느꼈다.
미사곡이라는 형식적 특성상 변화가 크지 않은 흐름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인터미션 - 숨 고르기

중간 휴식 시간,
로비는 잔잔한 흥분과 피곤함이 묘하게 섞인 공기가 흘렀다.

“생각보다 길다.”
“정말 장엄하긴 한데, 조금 무겁네.”
곳곳에서 들려오는 솔직한 한마디들.

B단조 미사가 가진 음악적 완성도와 신앙적 깊이에
관객들도 정신적으로 몰입한 만큼
이 인터미션은 꼭 필요한 휴식이었다.

물 한 잔으로 잠시 숨을 돌리고,
2부를 향한 기대감과 함께 다시 자리를 채웠다.


2부 - Symbolum Nicenum / Sanctus / Osanna, Benedictus, Agnus Dei

2부는 신앙 고백과 평화를 노래하는 대목들로 채워졌다.

**Credo(신앙고백)**의 웅장한 선언,
Et incarnatus est(그는 우리 사람을 위하여)와 Crucifixus(또한 본디오 빌라도 아래서 우리를 위하여)의
깊고 고통스러운 울림
그 자체로 음악적 묵상이었다.

개인적으로 Et resurrexit(성경대로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셨고)에서의 환희의 전환이
2부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 중 하나였다.

마지막 **Dona nobis pacem(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에서는
홀 안의 공기가 다시 맑아지는 듯한 해방감마저 느껴졌다.
앞선 무게감과 고통이 모두 씻겨 내려가는 느낌.
이런 감정적 호흡이 있기에 B단조 미사는 위대한 작품으로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728x90

오늘의 한줄평 ✨

“깊은 울림 속에서 마주한 나 자신.”

분명 순간순간 음악적 밀도와 웅장함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작품의 본질과 마주하는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서울바로크싱어즈와 서울바로크플레이어즈
성실하고 품격 있는 해석이 있었기에
그 무게조차도 고요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감상 Tip 🎵

B단조 미사를 들을 때는
“음악을 감상한다”는 생각보다
기도하고, 묵상하고, 나를 비우는 자세로 듣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약간의 반복적 구성이나 웅장함에 덜 지칠 수 있고,
오히려 그 속에서 작은 울림까지 놓치지 않게 된다.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