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녀의 마당놀이 《심청이와 춘향이가 온다》 공연 후기
🗓 2025년 5월 31일(토) 17:00
📍 용인시문예회관 처인홀
🎟 1층 15,000원 / 2층 10,000원
주최: 예술경영지원센터 / 주관: 용인문화재단, 아트스토리
🌸 “심청이와 춘향이가 왔다!” 그런데, 무대는 마당이 아니었다
‘마당놀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푸른 하늘 아래, 탁 트인 마당에서 펼쳐지는 웃음판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실내 무대—용인문예회관 처인홀—에서 펼쳐졌습니다.
기술적으로 훌륭하게 구성된 조명과 음향,
좌석 배치와 무대 장치 모두 완성도는 높았지만,
‘마당’ 특유의 열린 호흡과 관객과의 즉흥 교감은 다소 제한적이었습니다.
연희자들의 발끝이 닿는 무대는 있었지만,
관객과 눈을 맞추며 흥을 나누는 ‘판’은 물리적 거리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마당놀이의 진가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그 흐름에 있는데,
이날의 공간은 그 신명을 완전히 터뜨리기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 옴니버스로 만나는 세 개의 고전
공연은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 〉 의 엑기스만 뽑아 구성한 옴니버스 형식이었습니다.
‘심청과 춘향이’가 실제로 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해
웃음과 풍자, 눈물과 사유를 동시에 던지는 마당극으로 풀어냈습니다.
1. 춘향전 – 방자와 향단이 이끄는 웃음의 시작
첫 시작은 엿타령과 함께 객석에서 등장한 단원들.
객석을 누비며 사탕을 나눠주는 모습에서 마당놀이의 정체성이 시작됐습니다.
이윽고 무대는 고전의 틀을 빌려 오늘을 풍자합니다.
방자(정준태)와 향단(송나영)의 입담이 관객을 휘어잡고,
춘향(백나현)과 도령은 고전적 사랑의 상징이 아닌,
현실을 되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왔습니다.
2. 흥부전 – 말 없는 춤, 서사 없는 감동
‘제비노정기’.
국수호디딤무용단 5명의 제비차림의 무언 군무는 이 공연의 쉼표 찍었습니다.
판소리의 장단 위에 절제된 춤사위가 얹히며
하늘을 날아 강남에서 흥부 집으로 날아가는 제비의 여정을 그렸습니다.
소리와 몸짓이 말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던 순간이었습니다.
3. 심청전 – 뺑덕의 반란, 웃음 뒤의 씁쓸함
김성녀는 이번 공연의 중심.
그녀가 연기한 뺑덕어멈은 단지 웃긴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심봉사(정준태)와의 관계 속에서 가부장제의 비틀림,
여성의 억눌린 욕망을 해학으로 폭발시켰습니다.
‘황성잔치 가는 길’은 이 공연의 감정적 클라이맥스였고,
한 편의 풍자극이자 웃음과 해학의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 마당놀이의 유산, 김성녀라는 이름
김성녀.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관객은 무대를 믿고 따라갑니다.
그녀는 월매와 뺑덕을 넘나들며, 무대를 휘어잡는 중심축이었습니다.
어머니 故 박옥진이 여성국극의 전설이었다면,
김성녀는 그 유산을 마당놀이로 확장해 살아 있는 ‘전통 예술의 현재’를 보여줍니다.
자매 김성예와의 앙상블은 예인의 ‘핏줄과 연기력’이 교차한 순간이었고,
정준태는 방자와 심봉사를 능청스럽게 오가며
윤문식의 후계자로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입증했습니다.
🎶 전통악기와 생음악, 무대의 또 다른 주인공들
이번 공연에서 국악 라이브는 조연이 아니었습니다.
피리, 해금, 아쟁, 가야금, 대금, 타악, 피리, 건반 등이 만드는 악단 채비의 울림은
배경음이 아닌 장면 자체가 되었습니다.
특히,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감각 있는 편곡 덕분에
공연은 고루하지 않고 오히려 감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 관객의 한마디
“무대도 좋았지만, 진짜 마당에서 봤다면
더 풍성하고 자유로운 공연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실내에서도 그 신명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 총평 | ‘마당’ 없는 마당놀이, 그러나 전통의 숨은 살아 있었다
《심청이와 춘향이가 온다》는 전통 마당놀이의 재현을 넘어서
‘지금, 여기’에서 다시 살아나는 마당 예술이었다.
물론 마당이라는 열린 공간이 주는 생동감은 부족했지만,
무대 위의 배우들과 관객이 나눈 숨결은
그 공간적 제약을 넘어서고 있었다.
김성녀라는 예인의 중심 아래,
우리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전통은 재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어야 할 ‘몸짓과 말’이라는 것을.
📌 함께 보면 더 좋은 사람들
👪 전통예술에 입문하고픈 부모와 자녀
🎓 고전과 판소리에 관심 있는 학생
🎭 “웃고, 울고, 살아 있는 무대”를 찾는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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