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작아질 만큼, 무대 밖이 뜨거웠던 밤”
6월 18일, 고양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이 살아 숨 쉬는 리듬으로 가득 찼습니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여성 타악 퍼포먼스 그룹, **드럼캣(DRUMCAT)**이 만든 소리는 단순히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가슴으로 쿵쿵 울리고, 온몸으로 느끼는 리듬의 언어였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을 봤지만, 이번만큼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앵콜곡에서 전 멤버가 객석으로 내려와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리듬을 전하는 장면은
마치 ‘우리가 모두 하나의 드럼’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했지요.
드럼캣, 소리와 몸짓으로 무대를 장악하다
드럼캣은 5인의 여성 드러머로 구성된 퍼포먼스 그룹입니다.
한국을 넘어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등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은 실력파 팀이죠.
이번 공연은 특히나 강약 조절이 뛰어난 구성으로, 드럼이 가진 야성적 매력과 섬세함을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 인트로 인드럼: 베이스 드럼의 무게감으로 무대의 문을 열고
- 순투비, 빅토리: 팀탐·피콜로 드럼을 활용한 리듬 전개
- 유령, 아웃렛지: 리듬 속에 담긴 감정 서사, 드럼 하나로 ‘서사’를 풀어내다
모든 공연은 정밀하게 짜여 있지만, 정작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몰입되는 흐름이었습니다.
전자바이올린과 비트박스의 감각적 교차
이번 공연의 특별한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세은과의 협연이었습니다.
드럼캣의 역동성 속에 전자바이올린의 절제된 감성이 흘러들어오자, 무대의 공기가 전환됐습니다.
‘스톰’, ‘아웃렛지’ 등에서의 협연은 마치 클래식과 스트리트 퍼포먼스가 포옹하는 듯한 장면이었고,
관객은 음악의 경계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직접 체감할 수 있었죠.
여기에 비트박서 송원준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또 한 번 달아올랐습니다.
인간의 입으로 만드는 리듬이 드럼의 타격과 충돌하듯 어우러지며,
관객의 박수와 환호가 공연의 또 다른 리듬처럼 울렸습니다.
앵콜, 그리고 무대 밖의 퍼포먼스
공연의 마지막, 앵콜곡 ‘파이널’에서는 단원 전원이 객석으로 내려오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며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은 마치 ‘이 무대는 당신의 것’이라 말하는 듯했습니다.
특히 나이드신 어르신 관객들이 손뼉을 치며 따라하던 모습, 뒷자리 관객들까지 전원이 박수로 화답한 순간은
하나의 ‘완성된 공연’이 아니라, 함께 만든 축제였습니다.
관람 포인트 정리
- 좌석 추천: 새라새극장은 단차가 좋아 2열~4열도 시야 확보가 좋음
- 음향 밸런스: 드럼의 울림이 지나치지 않고 깔끔하게 전달
- 무대 조명: LED, 핀조명, 배경 패턴 등 조명이 무대와 연주를 감각적으로 묶어냄
- 관객 호응: 따라치기, 박수, 응원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연 분위기
총평
드럼캣 공연은 타악기 중심 퍼포먼스이지만 그 속엔 음악, 무용, 드라마, 심지어 회화적 감각까지 담겨 있습니다.
귀로 듣는 공연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동참하는 체험형 예술.
드럼이라는 도구 하나로 이렇게나 다양한 감정을 꺼내줄 줄 몰랐습니다.
‘여성 드러머’라는 수식어는 이제 무의미합니다.
이들은 그저, 무대를 뒤흔드는 ‘예술가’였습니다.
다음에도 이들이 고양에 다시 온다면, 저는 또 한 번 박수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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