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빛으로 향하는 문이 된다.”
2025년 7월 3일 저녁 7시 30분,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열린 용인시립합창단의 기획공연 **《베르디 레퀴엠》**은
조지웅 상임지휘자님의 취임 연주회로 준비된 무대였습니다.
새로운 시작의 순간에 ‘레퀴엠’을 택했다는 점이
벌써부터 이 공연이 들려줄 이야기의 깊이를 짐작하게 했습니다.
Verdi, 삶과 죽음을 노래하다
베르디는 오페라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Messa da Requiem》은 그가 가진 음악적 진심이
한층 더 또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었습니다.
경건한 미사 형식을 빌려 오페라적 극적 요소를 더해
생과 죽음의 경계를 사람의 목소리로 빚어냅니다.
<프로그램 노트>에도 적혀 있듯,
‘Dies irae(진노의 날)’는 단연 가장 폭발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관현악의 물결 위로
합창단의 목소리가 포은아트홀의 천장을 떠받치듯 울려 퍼졌습니다.
어떤 이는 손끝을 움켜쥐고,
어떤 이는 숨소리를 죽인 채 파도 같은 소리에 귀를 내맡겼습니다.
거대한 합창의 울림
이번 무대는
- 용인시립합창단,
- 당진시충남합창단,
- 용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를 빚었습니다.
소프라노 정혜민은 순수함과 애절함을,
알토 양승미는 단단한 중음을,
테너 윤정수는 부드러운 기도로서의 음을,
베이스 최종우는 무게감 있는 종지부를 선사했습니다.
지휘자 조지웅은
화려하지 않은 손끝으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했습니다.
음과 음 사이에 머무는 공기를 읽고,
강렬함과 고요함이 번갈아 무대 위를 흘러갔습니다.
마음에 남은 장면 하나
공연의 끝, ‘Libera me(구원해주소서)’가 막바지로 향할 때,
합창단의 목소리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을 맑게 비추는 기도 같았습니다.
순간 현실의 무게가 무대 밖으로 잠시 밀려나고,
죽음과 영원, 그리고 구원이라는 단어들이
음악의 파도 위에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밤이 남긴 것들
✔️ 목소리가 만든 가장 큰 울림
✔️ 오페라보다 더 극적인 종교음악의 힘
✔️ 용인시립예술단의 품격이 전해준 신뢰
📌 작게 남기는 팁
- 《레퀴엠》은 곡 순서를 알고 들으면 긴장과 해방의 호흡이 더 선명합니다.
- 포은아트홀은 음향 울림이 깊어 중간 박수 없이 끝까지 집중하는 게 좋습니다.
- 커튼콜은 작곡가가 아닌, 연주자들에게 주는 긴 박수로.
한 줄로 적는다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빛으로 향하는 문이었다.
그 문은 그날 밤, 베르디의 음악 안에서 천천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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