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암자 - 마음은 떠있고, 기도는 머무는 서산 간월암(看月庵) :: 포포포님의 블로그

바다 위 암자 - 마음은 떠있고, 기도는 머무는 서산 간월암(看月庵)

조수간만의 기적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
천천히, 조용히, 나는 바다 위의 섬으로 걸어 들어갔다.

서산 간월암.
물이 빠져야만 드러나는 이 작은 암자는
마치 시간 속에 잠긴 듯,
한 폭의 수묵화처럼 바다 위에 고요히 머물러 있었다.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처럼,
‘달을 보다(看月)’는 뜻을 가진 이름은
어쩌면 오늘의 나에게도
삶의 소란을 내려놓고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라 속삭이는 듯했다.


기와는 바다빛을 닮아 깊고 푸르렀고,
그 아래 전각들은 세상의 소음쯤은 모르는 듯
바다를 향해 묵묵히 앉아 있었다.

파도도, 사람도, 바람도
이곳에선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숨을 고른다.
걷다 멈춘 발끝엔 조약돌, 눈앞엔 수평선.
그 고요함 속에서 내 마음도 스르르 자리를 잡는다.


입구 바위 틈에는 돌거북이 앉아 있고
그 등에 올려진 돌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담고 있었다.
암자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작은 불상들과 정성스레 접힌 소원지들이
말없이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는 두 손을 모으고,
누군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지나간다.
나는 그 작은 동자불상들 곁에
나만의 작은 마음 하나를 놓고 돌아섰다.


그리고마침내,
관세음보살상이 서 있는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그 너머로 펼쳐진 바다와 하늘,
멀리 겹겹이 겹쳐진 산능선들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 마음 깊이 들어왔다.

해가 기우는 시간,
붉게 물든 노을이 암자 지붕에 걸릴 때,
그 장면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갯벌 위를 뛰놀고,
바닷바람은 조용히 피부를 스치며 지나간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낮게 깔린 자장가처럼 들린다.

이곳엔 특별한 장면도, 화려한 장치도 없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풍경이 있다.
바라보고, 걷고, 숨 쉬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
그 자체로도 온전한 하루가 된다.


서산 간월암.
이름처럼 달을 품고, 바다를 안으며,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도와 바람을 담아내는 곳.

오늘 내 마음도,
그 푸른 기와 아래
조용히 머물고 있었으면 좋겠다.

반응형

📍 여행 팁

  • 물때를 꼭 확인하고 방문하세요! (간조 시간에만 도보 진입 가능)
  • 모자와 선크림은 필수! 그늘이 거의 없습니다
  •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 암자 옆 해안 바위, 관음상 뒤 풍경, 일몰 시간대

서산 간월암,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이었습니다. 자연과 믿음이 만나는 그 경계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을 경험했어요.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