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게 핀 꽃에게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다.
모두가 앞서 나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시간,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하루들.
그렇게 망설이다가도
결국 다시 책을 펴고, 마음을 여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나는 그런 늦깎이 후배와 마주 앉았다.
낙성대역 8번 출구 앞, 복고풍 간판이 눈길을 끄는 ‘역전할머니맥주 1982’.
소란스럽지 않게, 그러나 정겹게.
우리의 이야기를 담기에 딱 알맞은 공간이었다.
🧡 말보다 따뜻한 위로는 음식에서
🍽 파전삼합세트
파전, 불고기,양배추무침.
누구나 익숙한 구성인데,
오늘은 어쩐지 더 진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후배는 파전삼합을 한 점을 집어 들며
“이게 공부보다 더 어렵다니까요” 하고 웃었고,
나는 말없이 그 마음을 받아 안았다.
🧀 치즈라볶이 범벅세트
끓어오르는 국물 위로 사르르 녹아내린 치즈,
그 아래엔 라면, 떡, 어묵, 메추리알이 소복이 담겨 있다.
양념이 자박하게 스며든 면발을 입에 넣는 순간
맵고, 짭짤하고, 따뜻하다.
그건 마치,
요즘 후배의 삶 같기도 했다.
복잡하지만,
멈추지 않고 끓어오르는 마음.
함께 나온 튀김을 국물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지친 하루가 잠시 내려앉는 듯한 포근함이 입안에 번졌다.
🍻 술잔엔 시원함보다 다정함을 담아
“저,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마주 앉은 후배의 말에
나는 그냥 조용히 잔을 들었다.
“꽃은... 때가 되면 피는 거야.”
무심한 척 건넨 말이었지만,
사실 그를 얼마나 응원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 벚꽃 아래, 마음 한 송이 놓고 갑니다
할머니의 따뜻한 품처럼
낙성대 ‘역전할머니맥주’는
화려하진 않아도 정이 넘쳤다.
조명은 노랗고, 벚꽃은 천장을 타고 흐르고,
누군가는 오늘도
작은 위로 하나 들고 이곳을 찾는다.
그리고 그 위로는,
지금 누군가에게
커다란 용기 한 모금이 되어줄 것이다.
📌 오늘의 기록
🏠 장소 | 역전할머니맥주1982 낙성대점 |
🍲 메뉴 | 파전삼합세트, 치즈라볶이 범벅세트 ,생맥주 |
💡 분위기 | 복고 감성, 따뜻한 조명, 정겨운 공간 |
🎯 추천 상황 | 공부 중인 친구와, 응원하고 싶은 사람과, 고된 하루의 끝에 |
🍂 그리고 나에게도
나도 가끔은 무너졌었다.
그럴 때, 누군가의 따뜻한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
그 한 마디를 내가 전했다.
"늦게 피는 꽃은 더 향기롭다 — 낙성대 할맥에서 보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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