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되는 세계』 북리뷰
앨런 말라흐 지음|사이에서 출판
비어가는 도시, 되살아나는 관계
“도시는 더 커져야만 좋은 것일까?”
앨런 말라흐의 『축소되는 세계』는 이 단순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쇠퇴 도시들을 직접 발로 뛰며 관찰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도시의 진짜 얼굴을 끄집어낸다. 이 책은 단순히 ‘도시가 작아진다’는 현상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아니라, 도시와 사람, 공간과 공동체의 본질을 되묻는 인문적 성찰의 결과물이다.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 한때 산업과 인구로 북적였던 이 도시들은 이제는 텅 빈 거리와 무너진 건물들로 기억된다. 하지만 말라흐는 이 도시들을 단순한 실패나 몰락의 상징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그 안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여전히 관계를 이어가고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움직임들에 주목한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여기 있다. 도시의 크기가 줄어든다고 해서 그 안의 삶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빈 공간, 더 느린 시간 속에서 진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빈집은 공동체 주택이 되고, 버려진 땅은 마을 정원이 되며, 사라질 줄만 알았던 이웃 관계는 다시 손을 잡는다.
말라흐는 이러한 회복의 가능성을 ‘정책’으로 풀어낸다. 그는 도시 쇠퇴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도시를 다시 설계하자고 제안한다. 예컨대 도시 전역을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인프라를 지혜롭게 재분배하고, 주민이 중심이 되는 자치적 계획을 세우자는 것이다. 이런 도시에서는 거창한 개발 대신, 일상의 작고 구체적인 변화들이 도시를 다시 살린다.
한국 독자에게 이 책은 낯설지 않다. 청년이 떠난 지방 도시, 고령화된 동네, 재개발로 흔들리는 삶의 터전까지. 우리 역시 지금 이 순간 ‘축소되는 도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축소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도시를 만들어갈 것인가다.
『축소되는 세계』는 묻는다.
“도시는 줄어들고 있지만, 당신의 관계는 살아 있습니까?”
“쇠퇴 속에서도 당신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습니까?”
도시가 작아지는 시대, 이 책은 사람과 공동체, 관계와 회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 한 줄 정리
『축소되는 세계』는 사라지는 도시가 아닌,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도시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도시는 비어가지만, 삶은 되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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